하스카프베리, 왜 뜰까? 기억력·혈압·피부 연구 총정리

최근 배우 이정현이 방송에서 하스카프베리를 음료와 디저트에 활용하면서 국내에서도 이 낯선 보랏빛 베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2026년 5월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는 하스카프베리 가루를 넣은 베리 케이크도 소개됐습니다.
처음 열매만 보면 조금 낯설기도 합니다. 짙은 남보라색을 띠고 품종에 따라 둥근 타원형부터 길쭉한 원통형까지 모양이 다양합니다. 특히 길쭉한 품종은 블랙사파이어 포도를 떠올릴 만큼 닮았습니다.
맛은 새콤달콤한 편이라 생과뿐 아니라 주스, 요거트, 스무디, 잼, 디저트 등에 활용하기 좋습니다. 건강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억지로 먹는 식품이 아니라 맛있게 즐기면서 먹을 수 있다는 점도 하스카프의 매력입니다.
하지만 연구자들이 하스카프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이 짙은 보랏빛 속에 들어 있는 안토시아닌과 다양한 폴리페놀입니다.
하스카프베리의 보랏빛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하스카프베리의 학명은 *Lonicera caerulea L.*입니다. 블루 허니서클(blue honeysuckle), 허니베리(honeyberry)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하스카프에는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안토시아닌, 이리도이드 등 여러 생리활성 성분이 들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연구되는 것이 하스카프의 대표적인 안토시아닌 시아니딘-3-글루코사이드(Cyanidin-3-O-glucoside, C3G)입니다.
2025년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10가지 하스카프 품종의 껍질과 과육을 따로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껍질에는 안토시아닌, 카엠페롤 유도체, 이리도이드 등이 특히 풍부했습니다. 안토시아닌 함량은 껍질에서 평균 73.46mg/g으로, 과육보다 약 3.3배 높았습니다.
그중에서도 C3G가 전체 안토시아닌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연구에서 C3G는 껍질 안토시아닌의 평균 83.8%, 과육에서는 82.8%를 차지했습니다.
즉 하스카프의 짙은 보랏빛은 단순히 보기 좋은 색이 아닙니다. 이 열매에 풍부한 생리활성 성분을 보여주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연구에서는 하스카프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을 중심으로 항산화, 항염, 혈관 및 대사 건강 등 여러 분야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하스카프와 블루베리 같은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베리가 혈관 내피 건강과 심혈관 위험지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먹여봤더니 어떤 변화가 나타났을까
하스카프 연구 중에서 특히 흥미로운 것은 실제 사람에게 섭취시킨 연구입니다.

기억력과 혈압
영국 레딩대학교 연구팀은 62~81세의 성인 20명을 대상으로 하스카프 추출물을 이용한 이중맹검 교차시험을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은 각각 다른 날에 안토시아닌 100mg, 200mg, 400mg이 들어 있는 하스카프 추출 음료 또는 위약 음료를 마셨고, 섭취 전과 약 90분 후 기억력과 인지기능, 혈압, 심박수 등을 측정했습니다.
결과가 재미있습니다.
안토시아닌 200mg과 400mg을 섭취한 경우 단어 회상 능력이 위약보다 유의하게 높았고, 400mg에서는 단어를 다시 알아보는 재인 기억 역시 유의하게 향상됐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노년층에서 중요한 일화기억(episodic memory)과 관련된 긍정적인 변화로 보았습니다.
혈압에서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400mg 조건에서는 위약과 비교해 이완기 혈압과 심박수가 유의하게 낮아졌습니다.
연구진은 논문 결론에서 하스카프 추출물 섭취 후 일화기억과 혈압의 개선이 관찰됐으며 높은 용량에서 효과가 더 뚜렷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하스카프가 혈관 및 대사 건강을 통해 연령과 관련된 기억력 저하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하스카프가 단순히 “항산화 성분이 많은 과일”이라는 설명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 노년층에게 먹인 뒤 기억력과 혈압 변화를 측정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운동 능력
조금 의외의 연구도 있습니다.
2022년 영국 노섬브리아대학교 연구팀은 평균 나이 33세의 남성 레크리에이션 러너 30명을 대상으로 하스카프 섭취가 달리기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습니다.
이 연구 역시 이중맹검, 위약대조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하스카프를 섭취한 그룹은 최대산소섭취량 검사에서 탈진할 때까지 달린 시간이 약 20초 길어졌고, 5km 달리기 기록은 위약군보다 약 21초 향상됐습니다. 평균 달리기 속도로 환산하면 약 0.25km/h 증가했으며 연구진은 이를 2%가 넘는 운동 수행능력 향상이라고 보고했습니다.
하스카프를 운동선수용 식품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이유 역시 안토시아닌을 비롯한 풍부한 폴리페놀과 관련돼 있습니다.

피부와 자외선
하스카프 이야기를 하면서 빼놓기 어려운 것이 피부 연구입니다.
2008년 연구에서는 인간 피부 각질형성세포에 하스카프 열매의 페놀성 성분을 처리한 뒤 UVA를 조사했습니다.
하스카프 성분을 처리한 세포에서는 UVA로 증가하는 활성산소종(ROS)이 감소하고 지질 과산화가 줄었으며, 세포의 항산화 방어와 관련된 글루타티온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하스카프의 페놀성 성분이 UVA로 발생하는 산화 스트레스를 줄였다고 보고했습니다.
이어 2009년에는 UVB를 이용한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여기에서도 하스카프 폴리페놀을 처리한 인간 각질형성세포에서 활성산소·활성질소종 감소, DNA 손상 감소, 세포사멸 관련 반응 감소 등이 관찰됐습니다.
즉 자외선에 노출된 피부세포에서 하스카프의 폴리페놀 성분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세포 수준에서 확인한 것입니다.
연구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진행됩니다.
2013년에는 털이 없는 생쥐에게 하스카프 열매가 10% 포함된 먹이를 14일 동안 직접 먹인 뒤 UVB를 조사했습니다.
하스카프를 섭취한 그룹에서는 항산화 효소와 관련된 변화가 나타났으며, UVB에 의해 발생하는 여러 DNA 손상 지표도 감소했습니다. 연구진은 하스카프 열매의 경구 섭취가 UVB로 인한 손상으로부터 부분적인 보호 효과를 제공한다는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또 다른 동물 연구에서는 UVA로 인한 피부 손상에 대해서도 하스카프 섭취 효과가 연구됐습니다.
이런 연구들을 보면 하스카프와 피부의 연결고리는 단순히 “항산화 식품이니까 피부에도 좋겠지”라는 추측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제로 피부세포와 경구섭취 동물실험을 통해 자외선과 산화 스트레스, DNA 손상 등을 직접 측정해 왔습니다.
혈관과 대사 건강
하스카프 연구는 혈압 외에도 심혈관과 대사 분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4년 발표된 하스카프의 심혈관·대사 작용에 관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35개의 원저 논문을 분석했습니다.
연구들에서는 하스카프의 항산화 작용을 비롯해 혈당과 지질대사, 혈관 보호, 간 보호 등과 관련된 결과가 보고됐으며, 연구진은 하스카프를 향후 임상연구 가치가 높은 기능성 식품 후보로 평가했습니다.
항염 작용에 관한 연구도 꾸준합니다. 예를 들어 동물 연구에서는 하스카프베리 추출물이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관련 신호경로에 영향을 주면서 간의 염증 지표를 낮추는 변화가 관찰됐습니다.
2024년에는 하스카프 안토시아닌을 이용한 장 건강 연구도 발표됐습니다. 대장염을 유도한 동물 모델에서 하스카프 안토시아닌과 프로바이오틱스 섭취 후 IL-6 등 염증 관련 지표와 장 점막 염증이 감소하는 결과가 보고됐습니다.
하스카프 연구가 기억력이나 피부 한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고 뇌, 혈관, 운동, 피부, 대사, 염증, 장 건강 등으로 넓어지고 있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
하스카프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른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슈퍼푸드가 하나 등장했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건강에 좋은 성분이 아무리 많아도 먹기가 괴로우면 꾸준히 찾기 어렵습니다.
하스카프가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베리라는 점입니다.
새콤달콤한 맛을 가지고 있어 생과뿐 아니라 냉동과일, 동결건조 분말, 주스, 요거트, 스무디, 잼, 베이킹 등 여러 형태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릭요거트 위에 하스카프를 올리고 견과류를 조금 곁들이거나, 우유나 요거트와 함께 갈아 스무디로 만들면 어렵지 않게 한 끼 간식이 됩니다. 냉동 하스카프라면 탄산수에 넣어 에이드처럼 즐겨도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하스카프가 흥미로운 것은 “몸에 좋은데 맛도 좋은 과일”이라는 점과 연구의 범위가 계속 넓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기억력과 혈압, 운동 수행능력과 관련된 결과가 나왔고, 피부 연구에서는 자외선으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와 DNA 손상, 항산화 방어체계에 관한 결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하스카프의 대표 안토시아닌인 C3G를 중심으로 심혈관, 대사, 염증, 장 건강 분야의 연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2023년 리뷰 논문은 하스카프에 대해 항산화, 항염, 심장보호, 신경보호, 항당뇨 등 다양한 생리활성이 연구되어 왔다고 정리했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이름 때문에 특별한 수입 과일 정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료를 하나씩 찾아보면, 이 작은 보랏빛 열매를 연구자들이 오랫동안 들여다본 이유가 조금씩 보입니다.
기억력, 혈압, 운동 능력, 피부의 자외선 손상, 항산화와 대사 건강까지.
맛있게 먹는 과일 하나가 이렇게 다양한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하스카프베리를 한 번쯤 관심 있게 볼 이유는 충분해 보입니다.
참고 논문 및 자료
Bell L, Williams CM. A pilot dose-response study of the acute effects of haskap berry extract (Lonicera caerulea L.) on cognition, mood, and blood pressure in older adults. European Journal of Nutrition. 2019;58:3325-3334.
Howatson G, et al. Improved Endurance Running Performance Following Haskap Berry (Lonicera caerulea L.) Ingestion. Nutrients. 2022;14(4):780.
Svobodová A, et al. Protective effects of phenolic fraction of blue honeysuckle fruits against UVA-induced damage to human keratinocytes. Archives of Dermatological Research. 2008.
Svobodová A, et al. Lonicera caerulea and Vaccinium myrtillus fruit polyphenols protect HaCaT keratinocytes against UVB-induced phototoxic stress and DNA damage. Journal of Dermatological Science. 2009.
Rajnochová Svobodová A, et al. Effects of oral administration of Lonicera caerulea berries on UVB-induced damage in SKH-1 mice. A pilot study. Photochemical & Photobiological Sciences. 2013.
Bora L, et al. A Systematic Review of Cardio-Metabolic Properties of Lonicera caerulea L. Antioxidants. 2024.
Guo L, et al. Critical review on anthocyanins in blue honeysuckle (Lonicera caerulea L.) and their function. Plant Physiology and Biochemistry. 2023;204:108090.
※ 본 글은 공개된 학술자료와 연구 논문을 바탕으로 하스카프베리에 관한 정보를 정리한 글입니다.